[오마이뉴스 한림랩 뉴스룸] "지역신문에 '기획취재' 지원하면 뭐하나, 사람이 없는데"
  • 등록일 : 2026.05.07
  • 조회수 : 147

"지역신문에 '기획취재' 지원하면 뭐하나, 사람이 없는데"

[지역신문 난중일기②] 지역신문사 994곳 중 67곳만 국가 지원... 정부는 '언론자유 수호' 명목으로 간접 지원


기자말 


재정난과 인력난, 그리고 무관심. 그 속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선봉을 담당해온 지역신문이 소멸하고 있다. 한림랩 뉴스룸은 어려움에 직면한 지역신문의 실태를 3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지역신문 난중일기' 연재 순서]


① 신문산업 성장세 속 죽어가는 '지역'신문들

② 지역신문 지원 제도와 체계, 여전히 '미흡'

③ 지역신문인에게 묻다-<원주투데이>·<설악신문> 대표



external_image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홈페이지 ⓒ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현행 지역신문 지원사업, 소멸 막기에는 '부적합'


현재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정부 기관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가 존재한다. 지발위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배당받아 시행하는 일명 '지역신문 지원사업'에는 ▲기획취재지원 ▲소외계층구독료지원 ▲지역인재인턴프로그램지원 등이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좋은 지역신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에 보탬이 될지언정 당장 운영이 위태로운 지역신문사의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 연속으로 지발위 우선사업대상사로 선정됐던 <춘천사람들>이 결국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 것도 이런 평가를 뒷받침한다.


현행 지역신문 지원사업들은 모두 '정액 지원'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사업대상으로 선정되더라도 지역신문사가 자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최소 10%다. '기획취재지원'의 경우에는 지발위가 취재비를 지원함으로써 심층 탐사보도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되레 신문사가 자체 지출해야 할 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전흥우 <춘천사람들> 이사장은 "기자들이 2~3명밖에 없는 지역신문사가 대부분인데, 해외나 타지로 기획취재를 보낼 인력을 차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취재지원을 받아 타지로 기자를 보내면 당장 지면을 담당할 사람조차 없어질 만큼 인력난이 심하다는 뜻이다.


'소외계층구독료지원'은 사회구성원 간 정보 균형을 이루게끔 한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신문사가 지출해야 하는 인쇄비와 우편비까지 지원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지역신문사의 운영에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인턴을 고용할 때 급여를 지원해주는 '지역인재인턴프로그램 지원'은 기존 기자들의 인건비를 내기도 벅찬 지역신문사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조건이다. 인턴을 지원받아 활용하더라도 인턴 기간이 끝나면 결국 정식 기자로 충원해야 하는데,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하는 지역신문사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행 지역신문 지원사업들은 재정난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소규모 지역신문사들에게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더욱 문제인 것은 지역신문 지원사업의 대상이 되려면 먼저 지발위 우선사업대상사로 선정돼야 하는데, 우선사업대상사 평가를 신청조차 못 하는 지역신문사가 태반이라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10월 20일 한국언론진흥재단(한언진)으로부터 제출받은 '재단 기금사업 지역언론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지발위 우선지원대상사에 지원한 지역신문사는 94곳이며, 그중에서도 67곳만 선정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의 지역신문사가 총 994곳이었음을 감안하면, 전체 지역신문사 중 겨우 6.7%만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박수현 의원은 "지역신문사들이 우선사업대상사가 되려면 경영건정성과 4대보험 완납 등 17개의 엄격한 평가항목을 충족해야 한다"며 "요건상의 어려움으로 상당수의 지역신문이 신청조차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발위와 별개로 한언진 역시 국가로부터 '언론진흥기금'을 배당받아 전국의 언론사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한언진은 '뉴스정보 유통화사업'을 통해서 신문 우송비까지 직접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에서 지역신문은 뒷전이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김의겸 열린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2021년 한언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언론사에 직접 지원된 언론진흥기금은 총 375억2천364만 원이다.


이중 매체별로 따지면 ▲<조선일보> 41억3844만 원 ▲<동아일보> 40억35만7천 원 ▲<중앙일보> 37억2158만8천 원 ▲<한겨레신문> 22억2406만1천 원 ▲<경향신문> 18억9486만7천 원을 지원받았다. 전국의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금이지만, 10년 동안 지원금 중 절반 가까이가 대형 중앙일간지들에게만 돌아간 것이다. 이는 한언진이 신문 발행 부수를 인증해주는 '한국ABC협회'의 통계 아래 발행 부수가 많은 순서대로 지원금을 차등 지급해왔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전국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전국지와 비교하면 지역지는 발행 부수 측면에서 상대가 될 수 없다. 현행 언론진흥기금 지원 방법은 신문사 간 빈부격차만 늘리는 셈이다.


external_image

▲지난해 5월 12일 사단법인 ‘바른지역언론연대’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만나 지역언론 지원 정책을 제안한 현장이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발전 논의 전에 당장 소멸부터 막아야"


이런 상황에도 지발위는 "정부가 언론을 직접 후원하는 과정에서 자금력으로 언론자유의 조건을 훼손할 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기조를 유지하며 현행 지원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신문 발전사업의 근간이 되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의 규율을 받는 보조금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기획취재나 공공사업 등 특정한 목적에 따라서만 재정을 지원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소멸당할 처지에 놓인 신문사의 인건비나 경영 지원 경비로 활용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발위 관계자는 "향후 경영 위기를 겪는 지역신문사를 대상으로 직접 지원 제도가 신설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국가보조금법'에서도 직접 지원 방식은 지양되고 있기에,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신설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역 언론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지역 언론의 발전을 논하기 전에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신문을 살리기 위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4 지역신문 지원사업'에 선정된 지역신문사 운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인쇄비 및 우편발송비 지원'과 같은 직접 지원이 신규 지역신문 지원사업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주영기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교수는 "미국의 경우 영국과 독립전쟁을 시작하던 시기에 벤저민 프랭클린을 초대 우체국장으로 임명하면서 당시 식민지 신문들이 우체국의 마차 우편 배달 시스템을 저가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문 보급이 활성화되고, 그를 통해 독립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식민지 여론으로 선회하는데 신문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행정 수도 이전과 같은 하드웨어적 구조 변경만 모색하기보다 지역 언론 활성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목적 아래 지역신문 50여 곳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사단법인 '바른지역언론연대(바지연)'도 지역신문 소멸을 막기 위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함에 입을 모았다.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던 지난해 5월 12일, 바지연은 당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찾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지역 언론 지원 정책 제안서'를 전달하며 '지역신문사에 대한 직접 지원 제도 강화'를 제안서 내용에 포함시켰다.


이때 바지연은 2020년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지역신문이 사라진 곳에서는 주민 참여율이 평균 8% 감소하고, 지방 정부의 행정 비용은 약 30%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역신문의 필요성에 대한 실증적 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바지연 회장을 역임한 오원집 <원주투데이> 대표이사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의 목소리와 정부 단체의 주장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운영이 힘든 지역신문사들을 단기적으로라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이 지역신문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고 있는 지역신문들에게도 여전히 희망은 있다. 문체부가 올해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전년 대비 35억 원 늘어난 117억5천만 원으로 편성하며 지역신문 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12월 8일 지발위가 공개한 '2026년 우선지원대상사 평가지표'에도 변화가 있었다. 기존에 과도한 부담으로 지적되던 '경영건전성' 항목의 배점은 낮아지고, 신문사의 실제 취재 역량과 저널리즘 기능 수행도를 평가할 수 있는 '자체생산 기사 비율' 항목의 배점은 높아진 것이다. 이는 수익을 잘 내는 신문사보다 지역 현안을 지속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뤄온 신문사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지난 2월 23일에는 손솔 진보당 국회의원을 대표로 총 10명의 국회의원이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률안은 문체부 산하의 지발위를 독립적인 의결권을 가진 재단법인으로 전환함으로써 지발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역신문 지원정책의 크기와 방향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들이 메말라가는 지역신문 생태계를 살릴 물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최민수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



#지역신문난중일기#지역신문소멸#지역신문발전위원회#바른지역언론연대#지역신문발전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