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답사] 인적 끊긴 도심 시장… 관광객 증가세 한가닥 '희망'
전국 시 단위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인구가 가장 적은 도시는 어디일까.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총 인구 3만6859명을 기록 중인 강원도 태백시이다. 1980년대 중반 석탄산업이 호황기일 때 한때 12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이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과 폐광이 이어지면서 지속적인 인구 유출이 발생한 결과이다. 지역 소멸이란 낯설지 않은 단어의 의미를 피부로 느껴보면 개선 방향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기자는 태백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인적 끊긴 주말 도심 시장
버스가 시내에 들어서면서부터 "지역 소멸"의 의미는 곧바로 감지가 되었다. 차가 지나는 곳마다 건물과, 도로와, 간판은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였지만 유독 인적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막연했던 이 느낌은 사람들이 다녀야 할 장성중앙시장에 도착하니 더욱 뚜렷해졌다.
이 시장은 태백의 탄광 산업과 함께 성장한 시장이다. 2024년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전통시장 주차환경 개선사업 공모에 당첨되며 주차장 역시 신설되었고 "가볼 만한 여행지"로 소개되기도 했으나, 5월 초입 주말 오후의 시장 거리는 적막감만 흘렀다. 점심 식사를 위해 혹은 마친 유동 인구의 발길이 한창일 오후 1시경이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시장 상인의 말도 눈에 본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중앙시장 내 슈퍼마켓에 들러 유동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니 돌아오는 답은 "관광객이 많은 여름철에만 조금 있고, 평소에는 거의 없는 편"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가장 붐빌 주말 낮 1시지만, 인적이 끊긴 장성중앙시장 앞 거리. ⓒ 김영진
비교적 규모가 큰 황지자유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행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는 했으나 주말 시장 거리로서는 낯설다 싶을 정도로 뜸했고, 가게를 처분하기 위해 "매매"라고 붙인 표지판들이 상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시장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정모(여)씨는 "석탄 산업이 문을 닫고, 고령화로 인해 시장은 물론, 태백시 자체에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며 "시장 자체가 많이 침체된 것 같다"고 전했다.
장성중앙시장과 황지자유시장 상인들 모두 "여름철에는 유동 인구가 제법 있으나, 그때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말 낮 2시경 황지자유시장 골목. 의류 가게 등의 문은 활짝 열려 있지만 고객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 김영진

▲공실 상태로 “매매합니다”라는 표지가 붙은 황지자유시장 내 한 매장. ⓒ 김영진
두 시장 모두 만나는 상인들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한산한 거리와 상가 곳곳에 이빠진 것처럼 보이는 공실은 허약한 지역 경제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했다.
한 상인에게 태백시의 어떤 점이 개선되면 영업 환경이 나아질 것 같은지 물으니 "태백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볼거리나 먹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면 지역 경제가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그 상인의 말의 진위를 알아보기 위해 태백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고생대자연사박물관으로 향했다.
태백시가 살 길은 관광?
태백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고생대자연사박물관. 2010년 개관한 이 박물관에는 다양한 화석과 지질층 등이 전시돼 있고 각종 참여형 콘텐츠들이 제공되고 있었고, 인적이 드문 시장 풍경과는 달리,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방문객은 "함백산을 관광하러 왔다가 박물관도 오게 되었다"고 했고, 어떤 이는 "영월의 청령포를 보러 왔다가 들렀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전시를 비롯해 즐길만한 콘텐츠가 제법 많다"며 박물관 관람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이 박물관은 지난해 1분기에는 5,700명 정도의 입장객이 방문했는데, 올해 1분기에는 6,500명을 기록하며 14%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인적이 적은 태백의 현장과 달리 비교적 관광객의 발길이 있는 태백시 동점동에 위치한 고생대자연사박물관의 로비이다. ⓒ 김영진
태백은 많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날씨로 피서객의 발길이 이어지는데 야생화로 유명한 함백산, 겨울 설명이 빼어난 태백산은 물론이고, 연흔구조나 소금흔 등의 퇴적 구조와 지질층서를 볼 수 있어 학습 가지가 다분한 '구문소'나 석탄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도 가족 단위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강원관광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여름 태백은 시원한 날씨와 더불어 '한강·낙동강 발원지 축제'와 '운탄고도 1330 트레일' 등의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7월 기준 관광객이 약 60만 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증가세는 가을 들어서도 이어졌는데 2015년 10월 31%, 11월 4.5%, 12월 2.8%씩 방문객이 늘어난 것이다. '탄광'으로 번성했던 도시가 이제는 '관광'으로 다시 일어설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강원관광재단은 지난 4월 태백시, 지역 주민, 관광업체와 협력해 '2026년 지역 주도형 관광서비스 경쟁력 강화 사업'에서 선정되어 올해 1억원의 국비를 지원받는다. 이후 3년간 국비 지원이 이어지면서 태백시가 관광 명소로 도약하는 데 보탬이 될 전망이다.
꾸준히 늘고 있는 관광객의 발길이 관광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비 지원을 계기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영진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